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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가되는 이야기

떠나는 사람에 대한 예우

요즘 시대에 평생직장이라는 곳이 과연 있을까?

 

5년 이상 근무했다면 그 직장은 어느정도 다닐만한 직장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몸값이 오르면 바로바로 다른 리그로 떠나버리는 스포츠 선수마냥

직장인들에게도 퇴사와 이직은 일상 다반사가 됐다.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직장들이 있다한들, 이미 그들을 잡을 수 있는 상황은 지나간 것 같기도 하고.

지금 직장보다 하나라도 나은 것이 있다고 생각되어 결정했다면 그 직원의 마음을 되돌리기란 여간 쉬운일이 아닐듯 하다.

  

직원을 떠나보내는 것은 CEO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큰 손실일텐데 말이다.

신규 직원을 채용해서 다시 적응시키는 데 투여되는 기존 직원과 교육, 비용 등이 발생하는 것은 물론

떠나간 사람이 동종의 경쟁업체로 가는 경우도 적지 않을 것인데 정말로 유능한 인재가 그렇게 된다면 회사로서는 잠재적 손실이 크다.

 

 

 

 

 

 

잡을 수 없는 사람을 떠나보낼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고용불안의 원조는 2000년도 더 이전의 춘추전국시대였다고 한다.

말 그대로 열국들이 세력을 다투던 시절, 군주들에게는 인재 영입이 급선무였고 인재들은 더 좋은 조건을 찾아 열국을 종횡했다. 나라의 재산이라고는 인적 재산이 전부였던 그 시절에 한 명의 유능한 인재를 잃는다는 것은 지금의 기업에서 유능한 직원 한 명이 떠나가는 것보다 훨씬 치명적일 수 있었다. 진시황은 한비자를 영입해서 천하통일의 기초를 닦았다. 반면 그를 보내버린 한나라는 전국 7웅 중 가장 먼저 멸망하는 불행을 당하지 않았나.

 

 

이처럼 인재가 중요한 시대였으니 비전을 가진 군주들이라면 필요한 인재를 놓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다른 나라보다 더 좋은 대우를 보장하는 것은 기본이다.

국정을 연구할 수 있는 충분한 환경을 제공하고 그들의 말을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때로는 떠나지 못하도록 회유하고 협박하는 일도 있었던 것 같다.

 

떠나간 신하에게도 존경받는 왕이 어떤 것이냐는 제선왕의 물음에 맹자는 다음과 같이 답해주었다.

 

“사정이 있어 신하가 다른 나라로 떠나면, 군주는 다른 신하로 하여금 떠나가는 국경까지 전송하고, 또 그가 가는 나라에 먼저 기별해서 잘 부탁해주며, 떠난 지 3년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으면 그의 재산을 환수하니, 이것을 세 번 예(禮)가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하면 떠나간 신하가 그 군주가 죽었을 때 상복을 입습니다. 그런데 지금 군주들은 신하가 사정이 있어 떠나려고 하면, 군주가 그를 잡아서 협박하고, 또 그가 가는 곳에 그에 대한 모진 말을 해 놓고, 떠나는 날 곧장 그의 재산을 환수해 버리니, 이것을 원수라고 합니다. 원수를 위해서 누가 상복을 입어 주겠습니까?” 떠나가는 신하를 예로 대우하면 그 군주를 떠나 다른 나라에 가서도 이전에 모시던 군주가 죽으면 상복을 입을 정도로 존경하게 된다는 것이다.

 

떠나가는 부하를 위해 예를 다하기란 쉽지 않다.

마지막까지 잘 대접해주고 환송하며, 그가 옮겨가는 회사에 미리 연락을 취해 잘 부탁해두고, 다시 돌아오기를 기다려주는 일은 오늘날의 기업의 생리와는 맞지 않을 수도 있다.

 

 

 

 

 

경쟁업체로의 이직이라면 더더욱 그렇게 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그와 적대적인 관계를 맺어서 좋을 일은 하나도 없다.

내가 그를 마지막까지도 잘 대우해준다면, 그는 이전 군주를 위해 상복을 입어주는 신하의 마음을 가질 것이다.

 

그러면 그는 오히려 나에게 잠재적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

 

 

이치억 성신여대 동양사상연구소 연구교수의 글을 읽고 부분 발췌 및 생각을 정리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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