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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가되는 이야기

심플함이 복잡함을 이긴다

 

 

 

플을 애플답게 하는 힘은 단순함이다. 스티브 잡스는 ‘심플 스틱(Simple stick)’이라는 경영원칙을 통해 애플에 지독하리만치 단순함을 적용하려 노력했다. 애플은 제품 개발부터 시작해 디자인, 마케팅, 광고 등 모든 요소에 심플함을 추구했다. 단순함이라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복잡함이라는 상반되는 가치와 끊임없이 싸워 이겨내야 하는데 그 과정은 절대 쉽지 않다. 애플은 복잡함이라는 타협점을 벗어나 오로지 단순함을 추구하기 위해 제품을 만드는 프로세스부터 내부 조직, 광고, 고객이 박스를 개봉하는 순간까지도 단순함이라는 가치를 담아내고 있다. 모든 환경이 단순화돼 있고 구성원들이 끊임없이 단순화하기 위해 노력하기 때문에 애플의 혁신은 현재진행형이다.

 

 

 

세상이 너무 복잡해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반대로 단순한 것을 더 편하게 느낀다. 본능적 균형 감각이랄까? 단순하고 미려한 것을 보면 저절로 손이 가게 된다. 제품뿐 아니라 서비스와 전략까지도 단순한 것이 힘이 되는 세상이다.

 

 

 

단순함의 힘을 가장 잘 알고 이용하는 회사는 단연 애플이다. 애플에서는 ‘심플 스틱(The Simple Stick)으로 맞았다’라는 문장이 있다. 이 말은 애플의 모든 것에 지독하리만치 단순함을 적용하려 했던 잡스의 경영 원칙을 상징하는 말이라고 한다. 애플은 ‘단순함(simplicity)’의 힘을 거의 종교처럼 신봉한다.

 

 

 

 

 

 

 

 

그런데 하나의 의문이 생긴다. 단순함을 향한 애플의 집착이 그토록 확고하고 재정적 보상 역시 확실하다면 왜 지구상의 다른 기술 회사들은 애플의 방식을 모방해 동일한 수준의 성공을 거두지 못하는 것일까? 답은 간단하다.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심플해질 수 있을까?

 

 

첫째, 심플한 제품 개발이다. 사실 선택지가 많으면 장점이 아니라 부담이다. 선택 범위를 최소화해야 회사도, 고객도 명확하게 이해한다. 스티브 잡스는 20가지가 넘는 제품군을 4가지로 축소해 그 효과를 입증했다.

 

 

이것은 Dell, HP와 애플을 비교해 보면 답을 얻을 수 있다. 앞의 두 회사 제품군은 수시로 바뀌는데다 러닝모델도 20종 정도가 된다. 모델끼리 중복되는 기능도 많을뿐더러 상당수 모델이 여러 페이지에 걸쳐 복잡하게 소개돼 있었다.

 

 

이런 현상을 제품 다양화(확산·product proliferation)라 부른다. 많은 회사들이 눈앞의 기회를 모두 붙잡으려고 한다. 즉 제품군을 논리적으로 구성하고 검색하기 쉽게 하는 것이 훨씬 유리한데도 모든 고객을 만족시키고 모든 거래를 성사시키려 애쓴다. 모두를 기쁘게 하려다가 자칫 누구도 기쁘게 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르는 모양이다.

 

 

반면 애플은 가장 잘할 수 있는 몇 가지에 집중하는 단순한 경로를 선택했다. 이 방식은 대규모의 충성스러운 추종자 집단을 형성한다. 애플이 만들 수 있는 제품이 아니라 애플이 만들기를 선택한 제품을 내놓기 때문이다. 애플은 고급 제품만을 만든다. 저가형 제품에 대해서는 그 시장을 원하는 다른 회사들에 기꺼이 양보한다.

 

 

 

 

 

 

 

 

 

 

그래서 애플의 웹사이트에 들어가면 맥북 에어와 맥북 프로, 두 가지 모델이 있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한 후에 원하는 스크린 크기를 정하고 원하는 속도와 메모리, 하드디스크를 선택하면 된다. 아주 간단하다. 이것이 단순함의 매력이다.

 

 

둘째, 심플한 마케팅이다. 제품이나 아이디어의 장점을 상징하는 단순하고 강한 이미지를 활용해 고객의 뇌리에 깊은 인상을 남겨야 한다. 백 가지를 나직이 속삭이지 말고 한 가지를 크게 부르짖어야 한다. 애플에서는 그 한가지가 ‘I’다. 애플 네이밍의 시작은 ‘아이맥’으로 시작하는데 제품명에 ‘맥’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은 생각보다 혁명적이었다. 당시에 그 누구도 ‘매킨토시’를 ‘맥’이라고 줄여부르지 않았다. 따라서 단순화와 최소화 측면에서 ‘아이맥’은 완벽한 이름같았다. ‘아이맥’이란 이름에는 또 하나의 작은 장점이 숨어 있었다. 앞으로 애플이 또 다른 제품의 이름을 지을 때 그 바탕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일관성 있게 애플의 컴퓨터에는 모두 ‘맥’이 붙는다. 아이맥, 맥 프로, 맥북 에어, 맥북 프로와 같은 식이다. 그리고 이제 ‘I’가 확장한다. 아이팟, 아이포토, 아이폰 등. 단순함을 통해 단순하게 얻는 지극히 놀라운 개념이다. 이처럼 뛰어난 브랜딩 역량을 운영할 수 있는 회사는 극히 드물다. 사람들은 명확하게 표현한 하나의 메시지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셋째, 우리가 간과하기 쉬운 심플한 조직론이다.

스티브 잡스는 대기업형 행동양식을 적극적으로 거부했고, 똑똑하고 창의적인 인재들로 구성된 작은 집단이 가장 효율적으로 이윤을 낼 수 있다고 믿었고, 그렇게 애플을 조직했다. 구성원이 많으면 보고사항이 복잡해지고, 업무속도를 높이기 위해, 더 많이 다독여야 하며, 각자의 업무를 평가하고 필요한 피드백을 하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한다. 따라서 똑똑한 사람들로 구성된 작은 집단은 성공에 이르는 가장효율적인 방법이다.

 

 

 

 그래서 애플은 단위 조직이 100명을 넘지 않는다. 잡스에게는 맥을 담당하는 팀이 100명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 있었다. 따라서 누군가를 집어 넣으려면 다른 누군가를 빼야 했다.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는 자신이 한 말에 잘 드러난다.

“ 나는 100명이 넘는 사람들의 이름을 일일이 외우지 못한다. 또 개인적으로 잘 아는 사람들과 일하고 싶다. 따라서 인원이 100명이 넘어가면 조직 구조를 내가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는 압박에 부딪힐 것이다. 모든 것 하나하나에 내 손길을 미치게 하는 것이 내가 원하는 방식이다. 이것을 ‘톱100’이라고 한다. 즉 애플의 비전을 이해하고 부하직원들에게도 회사의 비전을 충분히 인지시켰다고 잡스가 생각하는 임원들을 말한다. 톱100회의에서 잡스와 경영진은 이듬해의 전략과 이후의 대략적인 방향까지 논의하곤 했다. 잡스가 그 자리에 모인 임원들의 이름을 전부 알고 있었다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차고에서 애플이 탄생했던 시절, 잡스와 워즈니악을 비롯한 몇몇 친구들은 그야말로 뛰어난 인재들의 작은 집단이었다. 애플의 소기업적 경향의 근간에는 이 방식에 대한 잡스의 믿음이 있었다. 무엇보다 대단한 것은 이 방식이 단순히 애플을 대기업으로 성장시킨 데서 그치지 않고 세상에서 가장 값비싼 기업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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