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필수로 구축해야 할 것이 '관시'다.
중국 사회에서 관시 없이는 되는 일이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이는 눈앞에 기회가 왔을 때 신속하게 잡아 활용하려는 중국인들의 속성에 뿌리를 두고 있다. 중국 관시의 핵심은 접대다. 그저 마시고 즐기자는 술자리가 아니다.
중국에서 장기적 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접대는 서로 공감하며 교류할 수 있도록 섬세하면서 꼼꼼하게 기획돼야 한다.
특히 '거만하게 굴면서 상대방을 무시하는' 한국인 특유의 실수를 조심해야 한다.
관시에 대한 중국인들의 집념
중국 시장을 제법 다녀 본 사람들은 관시 문화를 어느 정도 이해한다.
관시가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실제로 중국에서 관시 없이 사업을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어쩌면 불가능하다고 해도 무리는 아니다.
중국인들은 어떤 방법으로 관시를 만들고 그 관시를 어떻게 이용할까?
중국 관시의 종류와 특성
중국에는 대체로 네 종류의 관시가 있다.
첫째, 가족과 친척의 관시.
중국도 우리처럼 가족 중심의 농경사회를 바탕으로 성장했다. 가족과 친척은 유구한 역사와 험난한 인생에서 더 없이 소중하고 중요한 존재다. 가족이나 친척이 높은 자리에 있으면 그것은 매우 튼튼하고 견고한 관시가 된다. 가족과 친척 관시의 특징은 조건이 없다는 것이다. 어려울 때 서로 조건 없이 도와야 가족 전체가 산다. 주면 받아야 하는 관시가 아니다. 무조건의 관시가 가족 관시다.
둘째, 동등한 관시다. 돈과 권력에 엮이지 않아도 가능한 관시다. 예컨데 내 이웃이 철도국에 근무하고 나는 교육국에 근무한다면 난 그 사람에게 설날에 고향가는 기차를 부탁할 수 있다. 춘절 연휴 중국에서 기차표 사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그 사람은 안다. 내 표를 구해주는 대신 그는 그의 자녀가 좋은 유치원에 들어갈 수 있도록 부탁한다. 중국은 유치원에서 대학까지, 졸업해서 취직할 때까지 이런 관시가 동원돼야 한다. 이처럼 동등한 관시는 서로 주고받는 관시다. 서로 돕는 것이므로 공평하다. 부담도 크지 않다.
셋째, 직장에서의 상하 관시다. 한국에서도 볼 수 있는 관계로 자기 사람을 심고 키워서 서로 일정 세력을 형성하는 관시다. 그렇다고 조직의 보스가 자기 친구나 후배를 함부로 조직에 끼워넣으면 안된다. 중국에는 모든 공적인 조직에 공산당 조직이 있다. 성장과 시장 위에 당 서기가 있다. 당 서기야말로 실세 중 실세다. 중국의 모든 당 조직에는 그들만의 문화가 있다. 중국에 현존하는 공식 문화다. 이 문화를 무시해서는 안된다.
다음으로는 스승과 제자 사이의 관시가 있다. 중국에서는 사제 간 관시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거나 좋은 위치로 올라가는 경우가 많다. 좋은 대학의 스승은 사회에서 잘나가는 제자들을 많이 거느린다. 중국인에게는 자시닝 출세했을 때, 더구나 스승의 추천으로 좋은 자리에 갔을 때 그 은혜를 잊어서는 안된다는 전통이 있다. 그것을 잊는 순간 그 사람의 출세는 거기서 멈춘다. 이런 문화적 이유로 스승은 매년 설날 각계각층에서 성공한 수많은 제자들의 방문을 받는다.
이런 관시가 없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결론적으로 말해 별 방법이 없다.
아무리 베이징대를 우등으로 졸업했다고 해도 관시가 없으면 좋은 국영기업에 취업하기 힘들다.
이러한 점 때문에 수재들은 이런 관시의 벽 앞에서 좌절한다. 아무리 노력해도 되는 일이 있고 안 되는 일이 있다. 관시가 있는 사람은 일이 쉽게 풀고 없는 사람은 벽에 부딛친다. 그래서 관시가 없는 사람들은 관시를 만들어야 한다. 농어촌에서 올라온 사람들 중에서 성공한 사람들은 이런 의미에서 볼 때 중국의 진정한 고수들이다.
중국에는 왜 관시문화가 이토록 강할까?
대체로 관시를 만들고 이용하려는 중국인들의 속성은 3가지로 표현할 수 있다.
하나는 급공근리다. 조급한 성공과 눈앞의 이익에 급급하다는 뜻.
다른 하나는 부수규구. 규칙을 지키지 않는다는 뜻.
마지막으로 투기취교, 기회를 틈타서 사리사욕을 챙긴다는 의미이다.
위의 세 가지 표현은 중국 관시의 속성을 잘 담고 있다.
중국사람들은 규칙을 지키면 기회가 영영 오지 않는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모처럼 기회를 만났을 때 신속하게 이익을 챙기려는 속성이 발동하는 것은 자연스러울 수도 있다.
법전을 찾고 규정과 절차를 챙기다가는 죽도 밥도 안되는 사회 환경이 중국인들로 하여금 법보다 빠르게 문제를 풀 수 있는 관시를 동원하게 만들었다는 얘기다.
국내 기업들에는 실전에서 유용하게 써 먹을 수 있는 관시가 필요하다.
도움을 요청하면 달려와서 도와줄 수 있는 관시가 필요하다.
하지만 중국인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만만한 사람들이 아니다.
이름 없는 평민들도 관시를 만드는 기술이 저토록 대단하다.
게다가 우리가 중국 땅에서 만나야 하는 사람들은 너나없이 고수 반열에 있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고수를 만나야 한다. 그리고 그런 고수들과 싸워야 한다. 쉬운일은 아니지만 피해간다고 될 일도 아니다.
중국 땅에서는 어차피 마주쳐야 하는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중국에서의 전투를 앞두고 먼저 중국고수들을 만나야 한다.
만나서 우선 배워야 한다.
싸움보다는 고수와의 만남이 먼저라는 뜻이다.
중국의 고수는 어떤 사람인가? 그들은 우선 자신의 신분이나 부, 배경을 티내지 않는다. 겉모습만 봐서는 그 사람이 고수인지 하수인지 알 수 없다.
갑자기 돈을 많이 번 졸부와는 격이 다르다고 봐야한다.
어떻게 관시를 만들어야 하는가?
중국 관시의 핵심은 접대다.
중국의 관시는 접대로 시작해서 접대로 끝난다.
술 마시고, 좋은 담배 권하고, 선물 주고, 필요하다면 돈도 줘야 한다. 돈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돈을 주고, 마작을 좋아하면 마작으로 잃어주고, 낚시를 좋아하면 같이 낚시를 다녀야 한다. 우리 같은 외국인은 돈과 마작보다는 일반적으로 식사 접대를 잘해야 한다. 감동적인 식사 자리야말로 중국에서 관시를 형성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감동의 접대를 위해서는 아주 세심한 준비와 마무리가 필요하다.
또한 잊어서는 안되는 것이 대화의 기술자 내용이다. 중국 사람들은 자존심이 아주 강하다. 자존심을 건드리는 말은 절대하면 안된다. 한순간에 분위기가 망가질 수 있다. 중국 사람들의 특징 중 하나는 누군가에게 무엇을 받으면 어떤 형태가 됐든 반드시 그 고마움을 갚는다는 데 있다. 중국 관시의 장점이자 특징이다.
한국사람들은 분명 중국인을 무시한다.
얕보고 깔본다.
세상에서 일본과 중국을 가장 무시하는 사람이 한국인이라는 말도 있다.
상대를 무시하는 속마음을 어설프게 티내는 사람이 관시에서는 최고의 하수다.
중국에서는 치명적인 약점이기도 하다.
웬만해서는 속내를 비치지 않는 중국사람 앞에서 너무 쉽게 자기 본색을 털려버리면 그 관시는 이미 끝난 관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게 현실이다.
중국뿐만 아니라 어느 나라에 가든 그런 실수는 해서는 안된다.
이 글은 DBR October 2014 Issue의 이병우 (중국 중부지역 경제문화연구소장)의 글을 읽고 제가 요점을 정리하여 작성한 글입니다.
'뼈가되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모레퍼시픽, 한국을 넘어서 세계로 (0) | 2021.01.13 |
---|---|
버거킹, 열혈 마케팅이 맥도널드를 더 키웠다 (0) | 2021.01.13 |
혁신은 그렇게 시작한다. (0) | 2021.01.13 |
'에펠탑 효과'를 아나요? 자꾸 보면 친해진다. (0) | 2021.01.13 |
그냥 콜라보다 코카콜라가 더 맛있다? 왜? (0) | 2021.01.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