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백화점이 만든 ‘SSG 푸드마켓’은 제품 구성, 매장 배치, 자체브랜드(PL) 상품 기획, 직원들의 유니폼에 이르기까지 토털 브랜딩 콘셉트를 도입한 매장이다. ‘진정성 있는 먹거리’라는 테마를 부각하기 위해 브랜딩 전략에 입각한 스토리텔링을 입혔다. 프리미엄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주변 백화점 대비 저렴한 수준으로 책정했다. 럭셔리의 본질을 가격이 아닌 가치로 해석한 것이다. 프리미엄급 품질을 추구하되 최대한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사기를 원하는 ‘스마트 소비자’를 공략한 결과이기도 하다. 지하철과 바로 연결되지 않고 배후수요가 부족하다는 단점은 100% 발레파킹 서비스로 해결했다.
이곳에선 과일과 채소들이 대부분 ‘누워’ 있지 않다. 몸을 황금비율로 일으켜 가장 예쁜 부위를 향한 채 비스듬히 기대 있다. 발그레한 얼굴 위로 녹색으로 물들인 곱슬머리를 수줍게 뽐내는 홍당무 아가씨, 단단하게 가꾼 근육질 궁둥이를 자랑스레 뽐내는 단호박 총각의 모습이 최신상 제품으로 도배된 명품 패션 매장을 구경하는 것 못지않게 흥미진진하다.
가공하고 멋 부리지 않아도 충분히 예쁜 자연의 선물,
우리 먹거리의 ‘얼굴’을 최대한 그대로 살려 보여주는 게 디스플레이 전략인 곳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손님을 기다리는 ‘대기 공간’도 특별하다.
흔한 종이박스나 플라스틱 팩이 아닌 왕골로 짠 바구니, 거친 마 소재 부대자루에 담겨 순박한 멋을 뽐낸다.
없어서 못 파는 ‘스타’도 있다. 하루 평균 40알(10팩)씩 강원도 화천의 한 양계 농장에서 매일 아침 배송되는 ‘새벽직송 유정란’이 단연 톱스타다. 보통 새벽 5시 반에서 6시 반 사이, 암탉이 산란하기 무섭게 서울행 트럭에 몸을 맡긴 알들이다. 이 양계농장의 닭들은 고생을 모르고 자랐다. 좁은 닭장을 벗어나 들로 산으로 뛰놀다2, 3일에 한 번꼴로 우아하게 알을 낳는다.
유정란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인기를 다투는 스타는 하루에 단 68모만 판매하는‘조선미가 두부’ 다. 국산 콩을 한 알 한 알 갈아 23년간 수제 두부만을 제조해 온 명가의 자존심이 실린 대표 상품이다. 매일 새벽 5시, 냉장 탑차로 23㎞를 달려 도착하는 이 두부 역시 선반에 몸을 눕히기 무섭게 손님들의 장바구니 속으로 골인한다.
사람 구경도 흥미롭다.
짙은 색 선글라스에 눈 바로 위까지 푹 눌러쓴 모자 차림이라면 열의 다섯은 유명 연예인이다. 상대적으로 한적한 평일 낮 시간대라면 고소영, 전지현, 전도연 같은 초특급 스타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쇼핑카트를 밀며 쇼핑을 즐기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 때론 모자조차 벗어 던진 민 낱의 유명인들이 매장을 활보하는데도 일반 고객들이 동요하지 않는 모습도 흥미롭다. 그러고 보니‘샤넬 보이백’ ‘에르메스 켈리백’을 무심하게 움켜쥔 이들의 모습은 ‘청담동 며느리룩’의 전형이다.
이래저래 볼거리가 많은 먹거리 쇼핑 공간.
이곳은 신세계백화점이 운영하는 프리미엄 식품관, ‘SSG 푸드마켓’ 청담점이다.
차별화 전략을 고민하다
SSG 푸드마켓은 2012년 7월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모토로 출범했다.
지금껏 구개에서 판매하는 곳을 찾기 어려웠던 이국적인 식재료들을 한데 모은 덕에 유명 셰프들도 장을 보러 오는 곳으로 알려졌다. 좋은 상품을 제공하는 것을 뛰어넘어 색다른 쇼핑 경험을 전달하는 데 주력했다. 매대별 로 상품을 배열하는 통로 형태의 전통적인 진열방식을 버리고 국내 유통업계 최초로 ‘룸투룸’ 구조로 동선을 정했다. 농산품, 수산축산, 델리, 건강 및 생활용품이 각 카테고리별로 독립된 공간 안에 배치되는 형식이다.
이 매장의 혁신성은 최근 소비자 트렌드에 맞춰 ‘진정성’을 철학으로 내세우고, 이를 스토리텔링하기 위해 노력한 점에 있다. 또 매장의 물리적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고시키기 위해 고객의 기대를 뛰어넘는 과감한 서비스를 도입한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또한 주차를 모두 발레파킹 서비스로 제공하는 것은 SSG 청담점이 유일!
주차요원도 일부러 인물을 보고 뽑았다고 한다. 주차 요원을 잘생긴 20대, 30대 ‘꽃미남’중심으로 배치한 것을 일부러 의도한 바다. 고객이 매장에 발을 내딛는 순간 가장 먼저 반겨줄 직원의 인상이 좋다면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도 높아질 것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유통업체의 기능 달라져야한다.
오프라인 유통 매장의 경쟁자가 온라인에서 모바일로까지 확대되면서 백화점의 고민도 깊어졌다. 제조업체가 유통채널을 직접 운영할 수 있게 되는 ‘제조업의 시대’가 온 것이 아닌가 싶다. 이러한 추세에 기존 유통업체, 그것도 백화점 관련 채널이 적응하는 방법은 ‘쇼핑의 즐거움’을 주는 것뿐이다. 또 모든 정보가 더욱 투명해질 미래에는 정말 ‘착한기업’만이 살아남을 것 같다. 오프라인 매장의 장점인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사는 과정에서 진정성을 느끼게 하는 것, 스토리텔링을 통해 생산지와 산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수반돼야 한다. 당장 아마존의 진출과 함께 장기간 저장 가능한 소스류나 건강보조식품의 유통은 기존 유통업체가 따라가기 힘든 수준의 가격 경쟁력을 갖게 될 것 같다. 대형 오프라인 채널보다 훨씬 더 거대한 온라인 채널을 경쟁자로 삼지 않기 위해서는 오히려 ‘작은 스토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본다. 작은 공장, 또는 장인 한 명이 만드는 식품이 바로 그것이다.
식음료들을 하나하나 쌓아 올린 진열방식이 손님이 보기엔 즐겁지만 진열하는 입장에선 관리가 쉽지 않을 것,
쇼핑의 즐거움을 위한 장치인가
최대한 전통시장처럼 보이도록 꾸민 것은 ‘시장의 재해석’이라 할 수 있다. 시장처럼 물건을 가득 쌓여 있는 느낌을 연출하면서 현대식 마트의 장점인 깔끔함까지 접목한 것이다. 시장 콘셉트의 판매 환경은 직원들의 고객 응대 방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좀 더 친숙하고 편하게 고객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이 글은 DBR의 김현진 기자의 글'낳자마자 달려온 '새벽직송 유정란' 아시죠? 꾸미지 않은 프리미엄… 스타고객도 북적'의 글을 읽고 정리하여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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