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사업을 하려면 현지인에게 먼저 줘야 한다. 현지인과의 의리는 여기에서 출발한다. 필요하다면 핵심 기술도 공유해야 한다. 최첨단 기술은 늘 변하기 때문에 우리가 핵심 기술을 갖고 있다고 해서 오만하게 굴어서는 안 된다. 중국의 현지화 전략은 짝퉁을 예방하기 위해서 온갖 시스템을 만드는 일도 아니고, 국제적인 표준화를 그대로 적용시키는 일도 아니다. 중국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공부하면서 무엇보다도 동반자적인 정신과 상생의 협력을 추구해야 한다.
짝퉁 한국 식당으로 돈을 번 어느 중국인
십수 년 전 어느 날, 후베이성(湖北省)이 고향인 40대 초반의 중국 남자가 칭다오(靑島) 거리를 걸어가고 있었다. 사업이 문을 닫아야 하는 처지가 됐기 때문에 낙담한 심정으로 거리를 배회하고 있었다. 고향으로 돌아가야 하는 처지가 됐지만 이대로 그냥 발걸음을 돌리기에는 여전히 서운하고 한심스런 생각이 들었다. 후베이성의 성도(省都)인 우한(武漢)은 여기보다 경제 발전이 뒤떨어진 곳이기 때문에 고향으로 간다고 해도 희망이 없는 것은 매한가지였다.
이때 그에게 문 밖까지 줄을 선 식당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다름 아닌 한국 식당이었다. 식당으로 들어가 보니 많은 중국 사람들이 테이블에 앉아서 고기를 구워먹고 있었다. 자기도 삼겹살과 된장국을 주문해서 먹어봤다. 정말로 맛있었다. 밖에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순간적으로 그의 머릿속에 고향에 가서 해야 할 아이템이 스쳐 지나갔다. 바로 한국 식당이었다.
고향으로 돌아 온 그는 다 쓰러져가는 건물 한 모퉁이를 빌려 삼겹살집을 열었다. 불판에 삼겹살을 구워먹는 방식은 칭다오에서 배운 그대로였지만 양념과 고기를 찍어 먹는 재료를 현지인의 입맛에 맞는 것으로 바꿨다. 며칠이 지나고부터 소문이 소문을 낳으면서 점점 손님이 늘어나기 시작했다.두어 달이 지난 시점에는 사람들이 문전성시를 이뤘고, 줄을 서서 기다리는 고객들이 늘어만 갔다.대박이 난 것이다. 자신감이 생긴 그는 얼마 후에 식당을 조금 더 큰 곳으로 옮겼다. 그 후에도 손님은 계속 불어났다. 얼마 뒤에는 한 투자자가 식당을 찾아와 자기가 돈을 투자할 테니 수익을 반반으로 나누자고 제안했다.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우한에 본점을 두고 각 지방에 수십 개의 체인점을 둔 ‘진한궁(金韓宮)’이라는 한국 불고기 프랜차이즈 업체의 시작이다.
이런 사연을 담고 있는 진한궁은 지금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필자 또한 십수 년 전 이곳에 처음 와서 한국 음식이 그리우면 진한궁을 찾아갔다. 한국인 입맛에는 여전히 부족한 맛이지만 중국 사람들은 오늘도 이 집에서 한국식 삼겹살과 김치찌개, 그리고 김밥과 떡볶이를 먹고 있다. 본점에서는 한 달에 우리 돈으로 2억 원가량의 매상을 올리고 있다.
그런데 이를 보면서 희한하게 여겨지는 점은 한국인이 직접 운영하는 식당은 별로 신통치가 않다는 사실이다. 맛은 진한궁보다 훨씬 나은 것 같은데 이상하게도 장사는 잘 안 된다. 전통이 짝퉁에 밀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기는 걸까. 왜 우리는 중국인들이 만든 짝퉁에 경쟁력을 잃어가는 것일까. 다른 각도에서 보면 중국인은 우리의 아이템을 가져다가 철저하게 현지화한 것은 아닐까. 설사 100% 짝퉁이라 해도 그 사람의 현지화 전략이 오히려 성공한 것은 아닐까.이야기 하나를 더 해보자.
맥도널드 프로포즈
KFC와 맥도날드는 어떻게 중국시장에서 성공했을까
중국이 어떤 나라인가. 뱀과 개구리 같은 음식을 골목 식당 아무데서라도 먹을 수 있는 곳이다. 국수의 종류는 수백 가지가 넘고 닭고기 요리 방법도 엄청나게 많다. 땅이 넓다 보니 지역마다 특색있는 요리도 많다. 그런데도 주말이면 맥도날드와 KFC는 사람으로 미어터진다.
장사가 잘되는 KFC와 맥도날드, 장사가 잘 안되는 한국의 유명프랜차이즈 점포를 비교했다. 나름대로 여러 원인을 지적했지만 핵심은 "고객이 맥도날드와 KFC에 들어가면 마음이 편해진다는 것을 느낀다"는 것이었다. 아이들과 같이 가면 마치 집에서 웃고 떠들며 먹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는 거다. 반면 한국 식당은 좁은 입구와 일렬로 각이 잡힌 회의식 좌석 구조가 답답한 느낌을 준다. 소지품을 조심하라는 문구도 명백히 비교된다.
KFC와 맥도날드는 "소지품을 조심하세요. 우리는 고객의 귀중한 물건을 잘 지켜주고 싶습니다." 라는 식인 반면
한국 식당은 "소지품을 잃어버려도 우리는 책임 안진다. 훔쳐간 사람은 고발하겠다"라는 경고식 문장을 붙여 놓는다는 것이다.
깊이 고민할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 중국의 고객도 다른 나라의 고객과 다르지 않다. 감동시키고, 편하게 해주고, 따듯하게 해주면 매장을 찾는 법이다. 어쩌면 중국인들은 이런 면에서 더 쉽게 다가올지도 모른다. 의외로 중국 사람들은 순수한 면이 많다. 계산이 빠르고 장사의 기술에 능통하지만 인간적이다. 오랜 동양적 전통이 몸에 배어 있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마음을 열고 따듯하게 다가가야 한다. 완벽한 계약서 열 장보다 더 효과가 있을 것이다.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다. 사랑과 인간의 정, 그리고 따듯한 우정의 겉으로는 잘 표출이 안 되는 나라다. 사람들의 마음도 그렇다. '사랑한다'는 말을 듣는 일은 흔하지 않다. 아직도 초등학교와 대학에서는 군대식 조회를 한다. 사회적인 환경이 딱딱하고 무겁고 형식적이고 관계적이면 사람의 겉모습도 그렇게 되는 법이다. 사실은 중국 사람들의 속마음은 그렇지 안다. 따듯하게 다가가면 속으로 엄청나게 감동하는 사람들이 중국인이다.
먼저 현지화의 진정한 의미를 알자.
스타벅스가 중국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없다. 미국식 분위기가 나는데다 커피값도 비싸다. 차라리 중국인이 운영하는 카페에 간다. 분위기도 좋고 편안하다. 중국 카페는 담배도 피고 조금은 번잡스럽게 친구들과 떠들고 이야기를 해도 무방하다. 저녁에 와서 방을 예약하면 마작을 즐기면서 간단한 음식을 먹을 수도 있다. 스타벅스 커피에 비해 맛이 조금 덜해도 중국 카페에서는 이런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미국식 매너와 규칙을 지키면서 조심조심 조용한 비싼커피를 마셔야 할 이유는 없다. 그래서 지금도 중국에는 아주 훌륭한 짝퉁 스타벅스가 수도 없이 생기는 중이다. 스타벅스의 현지화는 아직 KFC를 따라가기에는 거리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세계적인 브랜드의 표준화 시스템을 그대로 도입해도 중국에서 성공한다고 보장할 수는 없다.
스타벅스를 따라한 중국 카페들
중국의 까페
진정한 현지화 조건은 우선 동반자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시스템의 표준화도 중요하고 적재적소에 현지의 우수한 인력을 투입하는 것도 중요한 요소가 된다. 더불어 두번째는 상생의 자세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너만큼은, 혼자서 잘 살고 우리에게는 죽이나 먹일 사람이 아니다'라는 것을 현지화 전략에 유용하게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후하게 줘라
중국인과의 관시를 맺는 기본적인 요소는 먼저 베푸는 것이라는 점이다. 뭐가 됐건 일단은 내가 먼저 상대방에게 줄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본다. 그리고 열심히 도움을 준다. 중국인들의 특징 중 하나는 '받으면 반드시 갚을 줄 아는' 정신이다. 우리보다 이런면이 훨씬 강하다. 남에게 신세를 지면 어떤 방식으로든 갚으려고 한다. 이 원리를 알면 중국인과이 관시는 비교적 쉽게 진행이 된다. 핵심 기술은 가르쳐주고 거대한 시장은 공유하는 전략이다. 아마도 이러한 방법이 오래 생존하는 방법일 수 있다. 중국 시장에서 우리의 목표는 생존이지 커다란 성공이 아니다. 생존이 곧 성공이기 때문이다. 결국 중국의 현지화 전략은 짝퉁을 예방하기 위해서 온갖 시스템을 만드는 일도 아니고 국제적인 표준화를 그대로 적용시키는 일도 아니다. 중국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공부하면서 무엇보다도 동반자적인 정신과 상생의 협력을 추구해야 한다. 그럴 때 진정한 현지화는 이루어 진다. 부디 중국 땅에서 고군분투하는 한국 기업의 건승을!!
이 글은 DBR의 이병우(상양 국신광전실업유한대표공사 대표)씨의 글을 읽고 제가 요점을 정리하여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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